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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축구, 콘테 '손'이 만드는 예술

2016-06-28 풋볼리스트

다큐멘터리 영화 ‘지단, 21세기의 초상‘은 카메라 17대를 동원해 경기 내내 지네딘 지단만을 찍었다. 지단은 환상적인 몸짓으로 그라운드를 누빈다. 화도 내고, 골도 터뜨리고 결국 퇴장 당한다. 신기한 사실은 지단이 경기 안에 있지만, 경기 밖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지단은 경기장 안에서 인간의 본질, 희로애락을 모두 보여준다.

"이건 축구에 대한 영화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경기 그 자체는 점점 찾아볼 수 없다. 이를테면 우리는 공을 전혀 보지 못하는 것이다." (필립 파레노 감독)

더글라스 고든과 파레노 감독이 새로운 ‘초상‘을 찾는다면 추천할 인물이 있다. 안토니오 콘테 이탈리아 감독이다. 콘테 감독은 속된 말로 축구에 미친 이다. 축구 그 자체만 생각한다. 피를로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콘테 감독이 얼마나 예민하고, 얼마나 축구에 집중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그린 바 있다.

직접 본 콘테도 그랬다. 한국시간으로 28일 새벽, 이탈리아는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벌어진 ‘유로 2016‘ 16강전에서 스페인을 2-0으로 이겼다. 역대 최약체라 평가받던 이탈리아는 ‘유로 2000‘ 이후 토너먼트에서 한 골도 허용하지 않은 스페인을 무너뜨렸다. 스페인은 16강 전까지도 우승후보로 평가 받았다. 이탈리아는 아니었다.

"콘테가 모두 말해줬다." (엠마누엘레 자케리니)

콘테는 모두 준비했다. 스페인이 어떤 부분이 강하고, 어떤 부분이 약한지 모두 파악했다. ‘이탈리아적인 편집증‘으로 가장 작은 부분까지 선수들에게 일러줬다. 결과는 우리가 본 대로다. 이탈리아 기자들 사이에서 경기를 봤는데, 이들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다행히도 이날 경기에서 이들이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는 일이 더 많았다.

이번 대회 들어 가장 멋진 경기였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는 장면도 있었다. 바로 콘테다. 콘테는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손을 휘저었다. 만족과 분노 그리고 아쉬움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공이 날아올 때는 걷어 차기도 했다. 물론 정확히 맞추지는 못했지만. 콘테는 마치 부심처럼 공을 따라 이동했고, 공이 나가면 손을 들기도 했다. 후반 막판 교체선수를 부를 때는 마치 마임하듯 두 손으로 보이지 않는 줄을 끌어 당겼다.

모든 경기가 콘테 손에 달린듯했다. 경기를 보지 않고 콘테 손만 봐도 거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공격할 때는 두 손을 번갈아 내며 마치 정권 지르기 하듯 지시했고, 수비로 돌아서야 할 때는 팔을 크게 휘저으며 선수들을 끌어 내렸다. 불만을 표할 때는 두 손 손가락을 모두 모아 눈 앞에서 보여주는 이탈리아 특유 몸짓을 하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유로 2016‘ 역사에 남을 경기를 했다. 콘테도 마찬가지다. 경기를 TV로 보느라 콘테를 가끔씩만 봤던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콘테만 찍은 카메라가 있다면 그 영상만 모아서 다시 상영해도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콘테는 온 몸으로 이날 경기를 반영하고, 표현했다.

축구는 그라운드 안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관중들이 짓는 표정과 응원 그리고 코칭스태프들이 보여주는 행동에도 축구가 있다. 콘테는 스페인을 맞아 홀로 축구를 표현했다. 축구팬들을 위해 8강전에서는 콘테만 찍는 카메라가 필요할 수도 있다. 특히 지루한 경기가 이어진다면, 콘테 손과 얼굴만 찍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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