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는 계속된다. 휴식기를 맞아 유로 2016가 열리고 있다. EPL 선수들로만 구성된 잉글랜드는 유로 첫 우승을 노렸지만 또 다시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들였다. 이번 주 연재될 신명기의 EPL 인사이드는 아이슬란드전 패배와 잉글랜드의 유로 결산을 다룬다.

“역대 최악이자 굴욕적인 패배다”(BBC) “잉글랜드의 유로 역사 중 가장 큰 충격이다”(스카이스포츠)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첫 유로 우승 도전을 또 다시 미루게 됐다. 그것도 인구 33만 명의 소국이자 유로 본선에 첫 도전하는 아이슬란드에 패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된 잉글랜드 선수들은 무너졌고 로이 호지슨 감독은 곧바로 사임의 뜻을 나타냈다.

그야말로 잉글랜드 축구에 최악의 나날이 지속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브렉시트 여파로 인해 잉글랜드 축구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유로에서의 충격적인 탈락은 큰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잉글랜드는 호지슨 감독 체제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유로 2016 16강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냈다.

잉글랜드는 28일 오전 4시(한국시간) 프랑스 알리안츠 리비에라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6 16강전에서 아이슬란드에 1-2로 역전패했다. 잉글랜드는 전반 4분 터진 웨인 루니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에 내리 2골을 헌납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잉글랜드는 EPL서 분전한 젊은 선수들 위주로 선수단을 꾸렸지만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상투적이지만, 젊은 스쿼드에서 나오는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이번 대회의 경험이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지, 트라우마로 남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최악의 성적을 냈다는 혹평과 함께 유로 2016서 짐을 싸게 된 잉글랜드는 호지슨 이후 팀을 맡을 감독을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지 언론에서는 거론되는 후보들이 모두 만족스럽지 않다며 화려한 잉글랜드 축구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줬다.

:: 포인트 1. 호지슨,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의 연속

호지슨은 감독으로서 특이한 이력을 지닌 소유자다. 잉글랜드 출신으로 스웨덴 리그서부터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잉글랜드 뿐만 아니라 덴마크, 스위스, 이탈리아, 핀란드에 아랍 에미리트(UAE)까지 국가대표팀, 클럽을 가리지 않고 팀을 맡아왔다.

한 때 인터 밀란, 리버풀을 맡은 것을 제외하면 빅클럽과 크게 연관이 없는 인물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최고’ 수준의 감독은 아니었다. 하지만 풀럼 같은 중소 클럽을 맡으면서 유로파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나름대로 괜찮은 성과를 낸 적도 있었다. 다양한 리그를 경험했으며 경험 많은 감독이었다.

그러던 호지슨 감독을 잉글랜드 축구협회(FA)가 부른 건 2012년이었다. 유로 2012와 브라질 월드컵을 맡기기 위함이었다. ‘외국인’ 파비오 카펠로, 스벤-고란 에릭손 감독 등을 감독직에 앉히면서도 자신들이 원했던 성적을 내지 못한 FA는 호지슨을 임명하며 변화를 기대했다.

사실 FA가 보여준 인내심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호지슨 감독이 지난 월드컵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겼음에도 그를 유임시켰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호지슨 감독은 월드컵 이후 큰 폭의 세대교체를 단행했고 A매치서 연승을 달려 여론은 다시금 희망적으로 돌아섰다. 유로 예선 10경기서 전승을 거둔 호지슨호는 본선에서 다크호스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본선에서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호지슨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인 해리 케인을 세트피스 전담키커로 낙점한 것과 케인-라힘 스털링을 주전으로 기용한 것에 대해 비판 받았다. 특히 공중전에 능한 케인을 키커로 지정하면서 잉글랜드 팬들은 호지슨을 루이스 판 할 감독 같다며 조롱했다. 결국 호지슨 감독은 자신의 고집을 토너먼트에 돌입한 후에도 꺾지 않았고 결국 잉글랜드 역사상 최악의 순간 중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말았다.

이러한 호지슨의 행보는 이탈리아를 강력한 우승후보로 만들어 놓은 ‘전술가’ 안토니오 콩테 감독과 대비된다. 콩테는 이탈리아의 강점인 수비 조직력을 강화시켜놓은 상태에서 적절한 압박, 역습으로 자신들만의 축구를 구사했다. 호지슨의 경우, 고집에 가까운 용병술을 펼치고 선수들에 맞는 전술을 입히지 못하면서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 일으켰다. 잉글랜드 팬들의 한숨을 불러일으킨 대목이다.

:: 포인트 2. 경기력 보고 선발? 결과는 부정적

- EPL 돌풍 주역들, 英의 양날의 검 / 베테랑이 더 긴장했다
잉글랜드는 유로 2016에 나선 24개국 중 평균연령이 3번째로 낮은 팀(26.6세)이었다. 그만큼 젊은 대표팀이 꾸려졌고, ‘기대 반 걱정 반’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번 잉글랜드 대표팀의 특징은 지난 시즌 경기력에 기반한 선수들이 뽑혔다는 점이다. 특히 돌풍을 일으킨 레스터 시티와 토트넘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다. 기존 빅4로 불렸던 맨체스터 형제, 아스널, 첼시가 배출한 선수는 23명 중 7명에 불과했다.

특히 토트넘은 케인과 델레 알리, 카일 워커, 대니 로즈, 에릭 다이어까지 총 5명을 호지슨호에 포함시켰다. 특히 이들은 모두 선발로 기용될 정도로 호지슨 감독의 대표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3경기서 선발로 나선 케인이 무득점이었고 알리 역시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1도움을 올리는데 그쳤다. 좌우 측면의 워커와 로즈도 활발한 오버래핑과 수비력을 과시하긴 했지만 팀에 남긴 것은 많지 않았다. 러시아전 프리킥 골을 성공시킨 다이어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생각해보면 호지슨 감독이 중용한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다. 월드컵, 유로 본선, 챔피언스리그 본선이 메이저대회라는 범주 안에 있다고 했을 때 3개 대회를 모두 뛰어본 선수는 고사하고 한 대회를 뛰어본 선수도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호지슨 감독이 어린 선수들에게만 중책을 맡기기보다 제임스 밀너, 마이클 캐릭 등 베테랑 선수들을 적절히 섞었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이번 아이슬란드전에서도 나타났지만 실점한 후 급격하게 흔들리는 잉글랜드의 가장 큰 문제는 경험 부족이었다.

그렇다고 경기에 나선 베테랑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인 것도 아니다. 루니는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뽑아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노쇠화 됐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어 보였다. 과거 과감한 플레이를 즐기던 루니는 온 데 간 데 없다. 이날 아이슬란드의 동점골 장면에서도 공중 경합을 소극적으로 하다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또한 루니는 베테랑 답지 않게 초조한 모습을 보였고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또한 수많은 메이저대회 토너먼트를 경험했던 하트도 실망스러운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이미 웨일스전서 위치를 잘못 잡아 가레스 베일의 프리킥 상황에서 실점한 그는 이번 경기에서도 치명적인 실수로 역전패의 원흉이 되고 말았다. 경기력을 보고 선발했다던 호지슨 감독의 선수들은 정상 컨디션이 아닌 듯 보였고 아이슬란드에 이번 대회 최고의 역전승을 선물했다.

:: 포인트 3. 본선만 가면 약해지는 잉글랜드

사실 잉글랜드는 유로 2016 예선에 나선 팀들 중 가장 먼저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스위스,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산 마리노 등과 같은 조에 편성돼 쉬운 일정을 치렀다.

그 결과는 10전 전승. 31득점-3실점이라는 기록은 완벽에 가까웠다. 이에 월드컵서 최악의 기록을 남겼던 호지슨 감독의 잉글랜드가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했다는 이른 평가도 나왔다. 월드컵서 뛰었던 로스 바클리 같은 자원들과 다이어, 알리, 제이미 바디 등 새로운 선수들의 활약이 괜찮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본선이었다.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것은 본선에만 올라가면 약해지는 잉글랜드의 역사 때문이었다. 잉글랜드는 유로 대회가 시작된 1960년 대회(프랑스)를 포함해 출전한 14차례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결승 진출조차 하지 못했다. 축구종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성적이다. 무려 12개국이 결승 진출에 성공하는 동안 잉글랜드는 단 두 차례 준결승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체코, 덴마크, 그리스 등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팀들도 밟아봤던 결승 무대는 잉글랜드에는 허락지 않았다.

잉글랜드는 유로 1968(이탈리아)서 3위, 유로 1996(잉글랜드)에서 공동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그야말로 본선에서는 별 볼 일 없었던 잉글랜드다.

그런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서도 그 악몽을 떨쳐내지 못했다. 출전국이 24개국으로 늘어나 약체가 비교적 많이 참가한 탓에 조별리그는 통과했지만 토너먼트에 들어서자마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 포인트 4. 선수보다 감독이 더 문제? 향후 잉글랜드의 차기 감독은?

호지슨 감독은 이번 대회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아무래도 3차례 메이저대회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던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애초에 4강 진출을 마지노선으로 잡았던 FA 역시 호지슨 감독을 내쳤을 가능성이 높다.

호지슨 감독이 물러남과 동시에 영국 매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차기 감독 후보들을 거론하며 관심을 보였다. 21세 이하 대표팀을 맡았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앨런 파듀, 데이비드 모예스, 브랜던 로저스, 샘 앨러다이스, 션 다이크, 필립 네빌, 에디 하우 등 다양한 영국 출신 감독들이 후보로 거론됐다. 뿐만 아니라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앨런 시어러는 공개적으로 잉글랜드 감독직을 희망한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그런데 선뜻 선택하고 싶은 인물이 없다. 현재 잉글랜드에는 호지슨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낼 것 같은 명장이 없는 것이다. 후보들 면면을 살펴보면 경험이 일천하거나 엘리트 팀이라고 볼 수 있는 잉글랜드서 지지 받을 수 있는 감독이 거의 없다.

이러한 상황에 반해 다음 시즌 EPL은 세계적인 감독들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존의 아르센 벵거(아스널), 위르겐 클롭(리버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토트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레스터 시티) 뿐만 아니라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주제 무리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콩테(첼시)가 경쟁에 합류한다. 숨이 막힐 정도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EPL의 노른자 구단들을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동안 잉글랜드 출신 감독들은 중하위권 구단에 머물러 있다. 한 때 명문 구단 지휘를 꿈꿨던 마크 휴즈 감독은 스토크 시티에 있고, 파듀, 하우 등이 고군분투 중이다.

결과적으로 세계적인 감독들의 유입은 영국 출신 감독들의 성장에 방해가 됐다. 오히려 선수들 문제보다도 감독의 성장 문제가 더욱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이에 앨러다이스 감독은 미국 미식축구리그(NFL)서 처음 도입한 ‘루니룰’을 EPL에도 가져와 영국 출신 감독들에게 기회를 줄 것을 FA에 촉구한 바 있다. 물론, 아직까지 실현 가능성은 아주 높진 않다. 다만, 영국 출신 감독들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던 사례가 됐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리그에서 보여준 잉글랜드 국적 선수들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케인, 바디, 알리, 다이어 등이 정상급 기량을 선보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린 선수들이 전세계에서 몰려오는 선수들로 인해 성장을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이번 만큼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문제는 감독이다.

명단 발표, 선수단 관리, 전술 등 수많은 부분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했던 호지슨 감독은 잉글랜드를 맡기엔 부족한 인물이었다. 문제는 잉글랜드 대표팀을 다시 일으킬 만한 재목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잉글랜드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강팀으로 다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지도자 육성에 힘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